진화한 것일까요 아니면 성형 수술을 한 것일까요? 위의 그림은 몇 년 전 돌출입의 발치 교정 효과를 홍보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자료 중의 일부 입니다. 돌출된 입술과 옆 모습이 교정 치료 후 자연스러워진 것을 볼 수 있습

니다.

<진화론>... 논쟁은 끊임이 없으나 이를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

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인류에게 알려지게 된 지는 150여 년에 불과 합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 초판을

발간한 연도가 1859년 입니다.)

현재는 첨단의 유전 공학, 분자 생물학과 함께 무궁무진한 생물학적 가능성을 향해 발전해 나가는 한편,

인문학과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심리, 경제, 사회 등을 이해하고자 하는 진화 심리학, 진화 경제학, 사회 진화학

등의 다양한 분야로 진화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치열뿐만 아니라 턱 얼굴 부위의 골격, 근육 등의 건강과 심미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교정학의 시각에서도 진화

에 따른 부정 교합과 턱 얼굴의 변화는 흥미로운 주제로서 저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교정 분야의 진화론적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진화에 대한 주요한 개념들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다윈 진화론의 가장 핵심인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입니다. 생물 개체는 같은 종이

라도 저마다 다른 형질을 가지게 되고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환경에 더 적합하게 되고 그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의미 입니다. 이는 '적자생존'이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는 조금 다른 의미

를 가지기도 하고 이런한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이론으로 현재까지도 진화론의 핵심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성 선택(sexual selection) 입니다. 자연 선택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생존에 불리

한 형질이 왜 나타나고 후세에 전달되는가?' 하는 다윈의 고민을 해결해 준 성 선택 이론은

포식자에게 더 쉽게 포착되고 먹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 공작, 생존에는

과도해 보이는 화려한 뿔을 가진 숫 사슴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짝 짓기에 유리한 형질이 선택되

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관한 개념입니다. 저도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는데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단지 유전자의 운반체에 불과하기 때문

에 유전자에 프로그램 된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며 후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일

뿐' 이라는 개념 입니다. 성공적인 유전자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이러한 개념을 통해 다윈의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을 비롯한 모든 진화론적 의문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교정학 분야에서 흥미를 끄는 진화론적 개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진화의 과정 속에서 부정 교합이 증가하는가?' 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현대인에서 부정 교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원시인과 문명화되지 않은 원주민들의 두개골을 통한 연구를 보면 턱은 모든 치아들을 수용할 정도로

크고, 치아들 또한 상당히 많이 마모되어 모든 치아들이 잘 배열되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그러나 현대인으로 갈수록 턱의 크기는 작아지고 치아의 마모도 적어 악골 내에 모든 치아들이 가지

런하게 배열되기 어려워 치열이 틀어지는 부정 교합이 증가된 양상을 보입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식생활의 변화로서, 현대인들은 가공되어진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

므로 덜 씹게 되고 이로 인하여 턱의 발달이 저하되고 치아 마모 또한 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저명한 호주의 교정 의사인 Begg가 호주 원주민의 두개골을 연구한 결과에 묘사된 그림으로 상당한 치아 마모

와 앞니들이 서로 맞닿는 절단 교합을 통한 치아 배열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치아들의 결손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 입니다.

원시인류에서는 사랑니(제3 대구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치아들이 있었으며, 치아의 크기도 현대인보

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많은 치아들을 수용할 만한 충분한 턱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경우 사랑니가 모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만 있거나 아예 사랑니들

이 없는 경우들도 많이 관찰됩니다. 사랑니가 있더라도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뼈 속에 묻혀있는

경우가 훨씬 더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사랑니(제3 대구치)의 결손을 넘어, 다른 치아들의 결손 또한 증가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제한된 기간과 샘플 수로 인하여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진화의 과정에서 치아의

크기가 작은 왜소치의 발생이나 영구치가 아예 없는 치아 결손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4년 유럽 교정학회지(European Journal of Othodontics)에 실린 <20세기 동안 백인에서 치아

결손이 증가했는가? (Has hypodontia increased in Caucasians during the 20th century? A

meta-anlyi>에서 1936년부터 1993년까지 발표된 치아 결손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화의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선천적 결손치는 점차 증가하는 양상

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높은 결손치 비율은 10.1% 였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결손된 치아는 하악 제2

소구치이며, 다음으로는 상악 측절치와 상악 제2 소구치 순서였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빈번하

게 결손되는 치아들의 비슷한 치아들이 묶여있는 치아 그룹에서 후방의 치아들이라는 점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된 결과(2011년 대치교정지, 치과 내원 환자의 치아 이상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연구 대상 3,133명 중 선천적 결손치를 가진 환자는 179명으로 5.71%의 비율을 나타냈으며, 치아별

발생 빈도는 상악소구치, 하악소구치, 하악절치 등의 순서로 백인들에서 나타난 순서와 조금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두 가지의 진화론적 부정 교합 양상을 보며 생각해 본 저의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면,

음식에 따른 턱의 크기와 치아 마모 정도의 감소로 인한 치열의 부정교합 증가 양상은 현대 문명의

영항에 따른 적응의 예라고 보여집니다. 또한 치아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따른 부정교합

의 증가는 선천적으로 치아를 작게 만들거나(왜소치) 아예 치아를 없애는 방향(선천적 결손)의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이끈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성 선택의 관점에서 본다면, 치열이 가지런하면서도 입이 돌출되지 않은 외모가 배우자의 선택

에 유리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작은 턱에 수용가능한 치

아들로서 크기와 개수를 줄이는 성 선택의 압력(pressure by sexual selection)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턱이 작아지는 진화의 방향은 가공된 음식 요인 뿐만 아니라 현대의 미적 기준이 큰 영향을 주고 있

다고 보여집니다. 요즘 선호하는 동안 얼굴의 첫 번째 조건은 작은 턱 입니다.

이러한 예들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아기들의 얼굴과 몸을 보면 비율적으로 아래쪽이 더 작은 것을 볼 수 있으

며, 카메라를 위쪽에서 턱을 당겨 찍는 얼짱 각도의 셀프 사진과 아래 턱을 다양하게 깎는 양악수술 등을 보면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미의 기준은 작은 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갈수록 작아지는 턱 속에서 배열된 공간이 모자란 치아들은 어쩔 수 없이 덧니로 서로 겹쳐지거나

뻐드러지며 돌출되는 부정교합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치아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크기를

줄이거나 개수를 줄이려는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의 압력을 받게 될 것 입니다.

저의 교정 의사로서 임상 경험을 통해서 보아도 환자들의 아래 턱이 작은 경우가 증가하는 것 같습니

다.(교정학 교과서에는 동양인은 아래 턱이 큰 하악 전돌 3급 부정교합이 많고 서양인들은 아래턱이

작은 2급 부정교합이 많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선천적 결손치를 보이는 환자들 또한 갈수록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은 결손된 치아들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자녀를 두신 분들은 영구치가 맹출하기 시작하는 만 6세 경부터는 주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시

어 영구치가 결손되지 않고 잘 발달되고 있는지를 구강 검진과 X-ray를 통해 확인하시길 권유드립니

다. 영구치가 결손되었을 때 치료를 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교정 치료를 통하여 치아들을

배열하고 공간을 닫거나, 아니면 결손 부위를 임플란트로 채워 넣을 수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실제 저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이신 분들의 치료 전 사진입니다. 왼쪽 환자분은 양쪽 위 3

개의 작은 어금니들과 1개의 송곳니가 선천적으로 결손된 상태였으며, 오른쪽의 경우는 양쪽 아래 앞

니 2개가 결손된 상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사진은 지난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 특별 기획으로 KBS 과학 카페에서 방영된

'인류, 진화의 위기'에 나온 종로점 모습과 백석기 원장님 그리고 저 입니다. 흥미로운 진화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